지난해,
가수 이효리가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데뷔 26년차 탑스타가
초심으로 돌아가 노력하는 모습이
참 용기있고 멋있어 보였다.

그가 가창력으로 스타가 된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가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
틈만 나면

'내가 혹시 음치 주제에
대가수가 되겠다 하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물론 이효리가 음치는 아니지만
그녀의 늦깎이 연습생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 가수하는 게 정말 좋은가보다..
저렇게 늦어서까지도 열심히 사는 걸보면...'
싶었고,

그렇다면
'내가 혹시 <개발치>라 하더라도
정말 개발하는 게 좋으면,
늦어서까지도 공부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아무도 나한테 개발자 하면 안 된다 할 수 없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곧 드는 생각..
'나 그렇게까지 개발 좋아하나?'

그렇게
나의 짧은 개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컴퓨터와는 영 거리가 먼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IT와는 그리 친하지 않은
국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소비자 마케팅과 상품 기획을 공부하며 터득한 홍보 기술을
상품 팔이에 쓰기보다는, 공적 영역에 쓰고 싶어
국회의원의 정책과 법안을 홍보하는 비서가 되었다.

4년 여 간 대통령 선거, 시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며
여론 데이터에 기반한 홍보 전략 기획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고,

2020년 총선이 끝날 무렵,
쌓아왔던 모든 성과와 인맥을 뒤로 한 채
수포자, 문과 출신, 비전공, 늦깎이 개발자 인생으로의 도전을 시작하였다.


패스트캠퍼스의 데이터 사이언스 스쿨에서
파이썬을 처음 접하고
return()과 print()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물의 밤을 지새우며
개발 world에 첫 hello를 던졌다.

5개월 뒤
과정을 수료할 땐,
데이터 백 만 개쯤이야
눈물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지만,

취업 시장에서
초보 개발자가 갈 수 있는
데이터 분석가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했고,

일단 데이터 공부를 지속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마음으로
당시 오퍼를 받은
의료AI 회사에 취직하였다.

하지만 1년 뒤,
나는 데이터 분석가의 world에는 bye를 외치고
분분히 퇴사하였다.

이것이 나의
첫 개발자 인생이었고,
첫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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