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엔드를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그거는 안돼요'하지 않는 개발자가 되기로 다짐했었다.

제품 출시를 코앞에 둔 스타트업에서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를 남발한 나는

밤낮도 주중주말도 없이
개발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React 하나 배운 내가
혼자 프론트엔드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능이 하나둘 완성될 때마다 기쁘기보단
내가 싼 똥을 내가 밟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만 커져갔다.

그러나 스케줄은 촉박했고,
나는 여전히 안돼는 없는 개발자였다.

그렇게 연말이 되었고,
어찌어찌 우리 서비스의 두번째 버전 개발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슬슬 새어나오기 시작한
내 코드 똥물을 감지한 대표님은

나에게 이직을 제안하셨고,
chatGPT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대체하셨다.


감사히 다른 스타트업 두어 곳에서 오퍼를 받긴했지만

소위 <코드를 싸지르는 개발자>가 되었다는 자괴감에
다시는 '혼자 알아서 잘' 성장해야하는 스타트업에 갈 자신이 없었다.

열심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규모가 있는 곳에 취직을 해,

양질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취직을 미루고 독학을 결심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수포자, 문과출신, 비전공자, 늦깎이 개발자>라는 열등감이
나를 스멀스멀 잡아먹기 시작했고,

급기야
'chatGPT에게 대체되는 수준'이라면
사실상 <음치의 가수 도전기 === True>라는 생각이
나를 엄청난 무기력과 좌절 속으로 끌어내려,

결국
'그거는 안돼요'
안 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개발자 다시는 안 해'
하는 포기자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방황의 2023년을 보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4년 1월,
구 여친에게 질척거리는 전 남친처럼

나는 다시 또 개발을 시작하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