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왜>에 집중하지 않았는데,
모든 풀이를 달달 외웠는데,
왜 나는 문제를 풀지 못했을까.

멍청하니까
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구구단도 쉽게 외우지 못하고,
3 나누기 4가 왜 0.75인지 이해 못하는
멍청이가

수학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컴퓨터를 다뤄 보겠다고 나섰으니

안 될 수밖에.

잘하는 걸 하고 살아라
라는 세간의 말이
나를 아주 세게 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다시 일어났다.

그놈의 <왜>가 나를 일으켜세웠다.

왜 잘하는 걸 하고 살아야 하는데?


못하는걸 잘하고싶다.

젓가락으로 김 집어서 밥 싸는거 못하니까 잘하고 싶었고,
자전거 두손 떼고 못 타니까 잘 타보고 싶었고,
수학 못하니까 잘 하고 싶었고,
글 못 쓰니까 잘 쓰고 싶었고,
우울감에서 못 빠져나오니까 극복하고 싶었다.

못 나니까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 같은 인물이 안 되더라도,
그냥 못 하는 걸 잘 해보고 싶어하면서 살다 죽어도 되지 않나?

내 인생인데.


수학을 1등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겨울방학 두 달의 기간이 필요했다.

코딩테스트 문제를 잘 풀기위해
일주일 가지고는 택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멍청해서 그랬건 어쨌건,
나에게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인정하고 그냥 가면 된다.

내가 느려서 정글에서 중도 퇴출 당한다면?

그냥 정글의 페이스와 내 페이스가 맞지 않는 거다.
틀린 건 없다.
퇴출 당하면 나가서 계속 공부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설 연휴를 혼자 C언어를 공부하는 데 투자했다.


포인터, 이중포인터, 배열, 구조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서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풀이를 외워봤자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다시 못 풀 것을 알았다.

시간이 많은 김에

읽은 책도 다시 읽고,
44개짜리 강의도 보고 또보고,
똑똑한 동료에게 포인터 교습도 받았다.

또 내 머리를 치면서 엉엉 우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연휴 닷새가 지난 오늘,
산산히 흩어져있던
포인터, 배열, 구조체가 드디어 내 머리속에 들어왔다.

쭉 정리하고보니,
내가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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